데일리

앤드게임을 보고 왔다.

Revolutionary Étude 2019. 5. 5. 13:20

사실 어벤져스는 에오울부터 잘 안 보기 시작했다. 뭐 여러가지 이유는 있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백수인데 돈도 없고 뭐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시빌워는 봤지요.. 최애가 스팁인데 안 볼 수는 없잖아? 어쨌든 제일 차올랐던 13~14년이었고 그 뒤로는 식어갔던 게 사실. 

시리즈라는 게 그렇다. 한번 놓치면 그 뒤로 다시 챙기기가 힘들다. 따로 영화를 받아보는 편도 아니었고, 그거 안 본다고 말 그대로 죽는 건 아니니까.. 앤드게임도 사실 나왔을 때는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진짜 완전하게 식은 줄 알았다. 그런데 앤드게임 나온다고 한 며칠간은 캡틴 시리즈, 토르 시리즈, 아이언맨 시리즈, 어벤져스 1~2편 계속 연달아 해주는데.. 역시 가장 채우는 건 아이언맨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평균적으로 제일 수작이고, 걸작이다. 아이언맨3을 2013년에 보고, 그 사이에 시빌워도 보고 2019년에 다시 보니까 세상에서 토니 캐릭터가 시리즈 중에서 정말 잘 만들었다는 걸 부정할 순 없었다.. 그리고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되는 것도.. 다시 말하지만 최애는 스티브다.

아이언맨, 토르, 캡틴은 각자 다른 영웅 유형이다. 개인의 갈등을 다룬 아이언맨,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다룬 캡틴, 신으로서의 영웅.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제일 감정이입이 잘 될 수밖에 없는 게 아이언맨일 수밖에 없고. 뭐 이에 관해서는 나보다 nn차 찍는 골수팬들 리뷰가 많을 듯. 나도 언젠간 꼼꼼하게 정리하고 싶다. 하여튼 나는 아이언맨3으로 다시금 불을 지피게 되었고.. TV에서 해주는 에오울과 btv 서비스로 라그나로크, 인워까지 봤으니 단숨에 오늘 조조로 앤드게임까지 마무리를 짓고 왔다.

분명 코감기 때문에 사전에 휴지를 챙겨 들고 갔으나 이 휴지는 눈물만 닦고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어쨌든 마지막 인사는 해야할 것 같아서 이틀 동안 몰아서 봤다. 아이언맨, 토르, 캡틴 정말 다들 골고루 좋아했고, 사랑했고, 애정했다. 영화로써, 캐릭터로써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그 캐릭터 자체를 미워하거나 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적은 절대 없었다. 다 사랑받을 자격 있었는 캐릭터들이었다. 정말 죽기 직전까지 경험하고 왔으면서도 사람들과 가족들을 내버리지 못하는 토니 스타크도, 철저하게 개인을 지울 수밖에 없었던 청년의 비극을 그려낸 스티브 로저스도, 가장 위에서부터 추락한 신이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 백성들에게 진정으로 인정받는 토르도 정말 다 사랑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이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 이제는 정말 못 볼 캐릭터들. 사람들. 피날레가 완벽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나에게 이별을 고했고 나는 이별을 늦지 않게 받아들였다는 것에 만족한다. 

이제 아이언맨, 토르, 캡틴의 이야기도 끝났고, 그들과 함께 했던 호크아이, 블랙 위도우, 헐크 역시 안녕이다.